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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이야기/사람사는 이야기

네가 모든 것이 처음이듯 엄마도 처음이라

by 서월하 2022.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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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태어나고 나는 엄마가 되었다.

 

너에게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처음이었고, 나는 너와 함께하는 세상이 처음이었다.

네게 따뜻한 품을 준 사람은 내가 처음이고, 내게 작고 따뜻한 세상을 안겨 준 이 또한 네가 처음이다. 네게 세상을 알려주며 나도 세상을 배웠고, 네게 많은 것을 보여주며 나도 함께 바라보았다. 네 작은 몸짓에 손짓에 표정에 말짓에 울고 웃는 날이 많아졌고 어느새 내 세상은 네 중심으로 돌아갔다.

 

내가 끌어주는 대로 잘 따라와주는 네가 너무 좋았고, 그래서 더 잘 끌어주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는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네게 자기 생각이 생기고, 주장이 생기고 그럼에 내 뜻대로 되지 않게 되자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네가 처음으로 고집을 부린 건 4살 가을쯤이었다. 어린이집 1층에 생긴 놀이공간에 등 하원 길에 들르고 싶어 했고 처음으로 내게 고집을 부리며 때를 쓰고 울었다. 처음이었다. 내가 하자는 대로 내가 보여주는 것만 내가 경험하게 해주는 것만 경험하던 네가 하고 싶은 게 생겼다. 등원 길엔 긴 시간을 보낼 수 없었기에 하원길엔 항상 들러 2~30분쯤 놀이를 하다가 집에 가곤 했다. 네가 내 품에서 조금 떨어져 나간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그런 네가 여전히 예쁘고 좋았다. 더 많은 시간을 놀이하고 싶어 했지만 내 뜻에 따라 어느 정도 논 후 자리를 털고 아쉬운 듯 뒤를 돌아보며 힘겹게 발을 떼어 집에 가는 네가 너무 기특했다.

 

5살엔 놀이터가 네 고집의 대상이었고 그리고 6살과 7살은 코로나 때문에 그 무엇도 제대로 하질 못했다. 코로나 직전 새 생명이 생겨버린 터라 너는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모두가 조심해야 해서 뭣 하나 제대로 하고 싶다 말하지 못했고, 나도 해줄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었다.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너의 모습에 다 컸구나 했다. 어린이집에 휴가, 여행 등의 이유로 중간중간 나오지 않는 친구들이 생기고 집에 온 네가 내게 했던 말을 잊지를 못한다. '엄마~ ㅇㅇ이는 어디에 갔다 왔대~' 부러워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재잘재잘해주는 네 입에서 '나도 가고 싶다'라는 말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음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너도 분명 가고 싶었을진대 말도 해보지 않고 포기해버린 듯한.. 고작 6살이고 7살인 네게 은연중에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랐었구나, 아직 어린 넌데 내가 너무 큰 아이로 보아버렸구나.

 

제주도가 무엇인지 어디인지 어떤 것을 하는 곳인지조차 모르는 네가 어느 날 제주도라는 곳에 가보고 싶다고 친구들 이름을 대며 다 가봤다고 나도 가보고 싶다고 말하던 너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눈도 맞추지 않고 다른 곳을 쳐다보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던 널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지난 2년 별다른 추억을 만들어주지 못한 게 아쉬워 큰 결심을 하고 네 식구가 비행기를 타러 가고 비행기에 몸을 싣고 아무 걱정 없다는 듯 짧은 여행을 즐겼다. 네가 너무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고 앞으로 매년 들르기로 약속을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지금 가장 혼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을 너. 취학통지서가 오고 처음으로 이별을 알게 되어 몇 날 며칠을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다며 울며 잠이 들던 너. 네가 아끼는 것도 친구가 달라면 다 주고 와 엄마를 속상하게 하던 너. 친구의 말에 너무 휘둘리는 모습을 보인 너.

 

그리고 지금 가장 혼란한 나. 너의 훈육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화를 내고 싶지 않지만 같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반복하게 만드는 너. 기다려줘도 기다려주는 줄 모르는 너. 혼자서 해결할 시간을 주기 위해 못 본 척해줘도 그냥 못 본 줄 아는 너. 그리고 그런 널 어떻게 해야 할지, 아니 그런 네게 화를 내고 혼을 내는 날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해 밤마다 잠을 못 이루는 나.. 병원의 힘을 빌려야 하나 약물의 힘을 빌려야 하나 너무나도 고민스러운 나날들을 보내는 지금..

 

분명 첫 번째 8살을 보내고, 두 번째 8살이 다가오면 '한번 해보니, 별거 아니더라~ 그냥 그러는 시기더라~' 하며 지나갈 일일 것인데 그걸 분명 아는데 왜 너에게 그냥 넘어가질 못하는지.. 책을 읽어보고 영상을 찾아보고 마음을 다잡아 보아도 그 마음을 몰라주고 날 계속해 시험에 들게 하는 널.. 그리고 그 시험에 빠지는 날..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도 고민해본다. 오늘도 아까 널 다그쳤던 것을 후회해본다. 내일은 그러지 않으마 하고 잠이 든 네 머리를 쓰다듬어본다

 

 

 

아가야..

평생 내 아가야..

오늘도 미안하고, 고마워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해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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